토론토 한인교향악단이 다시 살아났다.
지난 9일 토론토 다운스뷰장로교회에서였다. 이날 샤론 리(Sharon Lee)가 지휘한 악단(단장 박실비아)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포레(Faure)의 ‘파반느(Pavanne)’ 제2조곡,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교향곡’ 제1악장을 연주하고 앙코르로 민요 ‘파랑새’를 선사했다.
빈 자리가 듬성듬성, 주최 측을 당황하게 했지만 샤론의 전신을 동원한 열정적인 지휘에 힘입어 청중은 시종 즐거웠다. 더군다나 연주곡들은 모두 귀에 친숙한 음악이었고 연주시간은 1시간을 약간 넘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10살 때 바이올린 콘체르토로 데뷔, 2014년부터 토론토콘서트오케스트라(상임지휘: 케리 스트라튼)의 콘서트 매스터(연주 때 제1바이올린 중 가장 앞에 앉는다)로 활약하는 샤론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지휘를 배웠다.
그러나 이번 교향악단의 53회 정기공연은 그가 클래식 음악의 교향악단을 이끈 첫 지휘여서 그로서는 퍽 의미가 깊었다.
이날 그의 지휘를 본 여러 음악인들은 대체로 한인악단의 장래에 밝은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들은 “1987년 창단 지휘자 김승순씨 이후 오케스트라가 다시 살아났다”고 평했다. 김 지휘자는 십수년 전 사임 후 예멜음악인회를 창단, 지휘했었다. 그 후 지금의 교향악단은 리차드 리씨가 수년 간 지휘를 맡다가 사임한 후 최근에는 지휘자도, 공연도 없었다.
샤론은 연주 후 “역사 오랜 악단을 지휘하게 되어 개인적 영광이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악단을 키우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샤론은 재즈 악단 지휘 경험이 풍부하다. 한국에서 목회하는 이상복 목사·김은숙씨 외동딸. 김씨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서 한국서 방문했다. 샤론 남편 마커스 숄츠씨도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날 힘을 보탰다.
이번 연주에서 베토벤의 6번 교향곡을 1악장만 연주한 이유는 “시간상의 이유였다”고 그는 밝혔다. 시간단축을 위해서라는 것. 이날 청중들 태도는 아주 모범적이라고 서로를 평했다. 악장이 끝날 때 박수를 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청중들은 곡이 완전히 끝맺었을 때까지 손뼉을 치지 않았다가 연주가 전부 끝나자 일어서서 힘차게 긴 박수를 보냈다. 캐네디언을 포함 30명 연주자들에게 예의를 갖춰 감사를 표시한 것이다.
수년 간 박실비아씨(플루트 연주자)가 이끌던 캐나다한인음악협회 또는 ‘Korean Canadian Chamber Concert’가 어떻게 교향악단(이사장 윤덕현)과 통합했고 이에 따라 음악 ‘협회’를 표방, 문제성이 있던 단체가 소멸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교항악단은 2016년 2월 공연을 끝으로 음악협회로 명칭을 바꿔 활동했었다.
자선단체로 기부금에 세금공제 영수증을 발부하는 교향악단은 오는 10월19일 ‘8명의 첼로연주’를 기획, 벌써 기대감을 준다.
[한국일보]